
부동산이나 그림 한 점을 여러 명이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도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친구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을 토큰화하자고 제안했을 때, 친구는 흔쾌히 동의했지만 주변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자산 토큰화(Asset Tokenization)는 물리적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는 방식인데,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법적 문제와 보안 리스크가 산적해 있습니다.
1. 부동산과 예술품, 토큰으로 쪼개면 투자 기회가 열릴까
자산 토큰화의 핵심은 부분 소유권(Fractional Ownership)입니다. 여기서 부분 소유권이란 하나의 고가 자산을 여러 개의 토큰으로 나눠 여러 사람이 일부씩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 위치한 세인트 레지스 리조트는 아스펜 코인이라는 토큰을 발행해 호텔 지분을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수백억 원짜리 호텔을 통째로 살 수는 없지만, 토큰 몇 개로 지분 일부를 확보할 수는 있는 겁니다.
저도 친구에게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친구가 한 화가의 작품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어서, 그중 일부를 전시하고 공증을 거쳐 토큰으로 발행하면 어떻겠냐고요. 친구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다른 지인은 극구 말렸습니다. 과거 음악 저작권이나 그림을 쪼개 판매했다가 투자자가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으로 번진 사례를 들먹이더군요. 판매자가 사기죄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다면서요.
부동산과 예술품 외에도 토큰화 가능한 자산은 광범위합니다. 석유나 금 같은 원자재, 채권이나 주식 같은 금융상품, 심지어 타이타닉 디스틸러스 위스키 케이스까지 토큰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PAX Gold(PAXG)는 실물 금을 담보로 한 토큰인데, 토큰 하나가 런던 금속시장협회(LBMA) 인증 금고에 보관된 실물 금 1온스와 연동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산과 토큰을 1대 1로 연결하는 방식도 있고,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자산 가격만 반영하는 미러 구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법적 인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블록체인 상의 토큰이 법적으로 소유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토큰을 아무리 많이 보유해도 실물 자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교통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해서 버스 요금을 결제하는 것도 넓게 보면 토큰화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 토큰화의 장점과 단점, 과대광고를 걸러내는 법
토큰화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접근성 향상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습니다. 수십억 원짜리 빌딩을 통째로 살 수는 없어도, 토큰 몇 개로 지분 일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진입 장벽이 낮아집니다.
또한 블록체인의 특성상 모든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배당금 지급이나 규정 준수 확인이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마트 계약이란 코드로 작성된 계약으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월세가 입금되면 자동으로 토큰 보유자들에게 배당금을 분배"하는 식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 불확실성입니다. 토큰화된 자산을 규율하는 법률이 국가마다, 심지어 같은 국가 내에서도 시기마다 다르게 해석됩니다. 투자자가 토큰을 환불받고 싶어도 판매자가 거부하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데, 아직 명확한 판례가 쌓이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보관 위험(Custody Risk)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보관 위험이란 토큰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실, 도난, 해킹 등의 위험을 뜻합니다. 토큰은 디지털 지갑에 보관되는데, 지갑 비밀번호를 잃어버리거나 해킹당하면 자산을 영영 잃을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은행이 예금자 보호 제도로 어느 정도 안전망을 제공하지만, 블록체인 상의 토큰은 그런 보호 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변동성도 문제입니다. 토큰화된 자산은 2차 시장에서 거래될 때 실물 자산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집품이나 예술품처럼 객관적 가치 평가가 어려운 자산은 더욱 그렇습니다.
2021년 NFT 열풍 때 수억 원에 거래되던 디지털 아트가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된 사례를 보면, 토큰화가 곧 안전한 투자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긴 합니다.
3.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대중화 가능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산 토큰화는 올 겁니다.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 방식을 찾기 마련이고, 기술적으로는 이미 실현 가능하니까요. 다만 법률적·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대중화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그림 토큰화를 제안했을 때 주변에서 극구 말린 이유도, 결국 법적 보호 장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토큰화가 정착할 분야는 에너지원, 대규모 부동산, 검증된 광산처럼 가치 평가가 명확하고 규모가 큰 자산일 겁니다. 이미 OpenEden Labs는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TBILL 토큰을 발행하고 있는데, 국채는 가치 평가가 명확하고 법적으로도 안정적이라 토큰화하기에 적합합니다.
반면 예술품이나 수집품처럼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는 자산은 법적 분쟁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제도 정비가 더 시급합니다. 자산 토큰화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디지털 소유권을 법이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블록체인 상의 기록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나 자동차 등록증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토큰화된 주식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나라도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논의 중입니다. 이런 제도적 변화가 속도를 내면,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물 경제의 일부로 자리 잡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5~10년 내에 부동산 일부 지분을 토큰으로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전에 투자자 보호 장치, 분쟁 해결 절차, 세금 처리 방식 등이 명확히 정립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토큰화된 자산에 투자하려는 분이라면, 발행 주체의 신뢰성과 법적 근거를 철저히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실물 자산과 토큰의 연결 고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출처]: https://www.britannica.com/money/real-world-asset-tokeniza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