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클래러티 액트가 언제쯤 통과되나 하고 마음 조리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코인베이스가 이 법안의 협상테이블을 뿌리치며 나가버리고 소식이 뜸해서 궁금했었거든요.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로 기존 금융권과 팽팽히 맞서던 코인베이스 쪽에서 갑자기 긍정적 이야기 흘러나와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문제가 잘 되었나 생각했는데, 신탁은행 조건부 승인 소식까지 나왔습니다.
1. 클래러티 액트 통과 가능성
클래러티 액트(CLARITY Act)란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이자 지급 등을 규율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데 하도 많이 언급되어 잘 아실 것입니다. 쉽게 말해 코인 업계에 어떤 규칙으로 영업을 허용할지 정하는 틀인 셈이죠.
이 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업계와 기존 금융권이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핵심 쟁점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허용 여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코인베이스는 이 법안에서 이자 지급을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 전체 수익의 약 20%가 USDC 관련 이자 수익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USDC란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코인베이스가 주요 유통사로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디지털 달러입니다. 수익 20%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코인베이스가 쉽게 물러설 리 없다고 봤는데, 제 경험상 이런 경우 협상 테이블에서 한 발 물러서는 건 보통 다른 걸 받아냈을 거라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른 것"이 바로 신탁은행 조건부 승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는것이죠. 예측의 영역이지만, 정황상 너무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실제로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 클래러티법 통과 확률은 코인베이스 합의 소식 이전에 50% 아래로 떨어졌다가, 이 뉴스가 나온 후 70%대로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2. 코인베이스의 신탁은행 승인 의미
이번에 코인베이스가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신탁 회사 설립을 위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했는데, 여기서 OCC 신탁 승인이란 은행에 준하는 금융 라이선스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행위와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뜻합니다.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란 예금액의 일부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대출로 운용할 수 있는 은행 고유의 특권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0만 원을 맡기면 10만 원만 남기고 90만 원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코인베이스는 공식적으로 "우리는 전통 은행처럼 예금을 받거나 대출 영업을 하려는 게 아니다. 결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가 원하는 부분을 얻어냈는데 그 권한을 결국 사용하지 않을까요?.
코인베이스 신탁은행 조건부 승인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보면, 첫째 이론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행위 및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 활용 가능하게 된 점이며, 둘째는 현재는 결제 서비스 확장이 공식 목표이나, 은행업 전환 가능성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클래러티 액트 협상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관련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정황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코인베이스가 이자 지급 부분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 되면,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나, 기관의 저변 확대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여겨집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수익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꺾인 것이고, 다른 국가들의 자국 스테이블코인 정책에도 "미국도 이자 안 준다"는 기준선이 생겨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기존 금융과 코인 업계의 융합
일반적으로 금융권과 코인 업계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두 세계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다만 그 속도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이 코인 펀드 회사를 인수하며 '프랭클린 크립토' 부문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코인베이스처럼 코인 업계에서 출발한 기업들은 은행 라이선스를 받으며 전통 금융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건 스탠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기존 금융권에서 코인업계쪽으로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여기서 비트코인 현물 ETF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로, 기관 투자자와 퇴직연금 등 전통 금융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특히 저는 미국 401K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가 가장 의미 있다고 봅니다. 미국 노동부 가이드라인 변경 즉 면책조항의 신설로 퇴직연금 운용매니저가 대체자산에 투자한 뒤 결과에 대해 소송을 당할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죠. 면책 조항은 규칙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따랐을 경우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운용매니저에게 묻지 않는 보호 규정입니다. 이로 인해 약 12조 달러 규모의 401K 퇴직연금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 길이 실질적으로 열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했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코인원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업비트는 네이버 파이낸셜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금융 쪽으로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금융계 강자들이 코인 거래소로, 코인 거래소는 금융업으로 서로 향해 가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을 빠르게 읽고 디지털 자산에 긍정적인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코인베이스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라이선스 취득만이 아닐 것입니다. 금융과 코인 업계 사이의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는 흐름 속에서 누가 더 빠르게 상대 영역을 점령하느냐의 싸움이 본격화되었다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클래러티 액트가 70%의 통과 가능성으로 다시 올라선 지금, 저는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의 시장이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자 지급 하나를 포기한 코인베이스가 그 대가로 무엇을 더 얻어낼지, 그리고 한국 시장이 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지가 앞으로 지켜볼 핵심일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kdApEQv2Jo
◇ 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디지털자산투자는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시길 바랍니다.